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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

by ProfitK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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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조우리 연작소설

책 표지

청소년 소설을 종종 읽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얇아서 금방 읽으니까 모자란 독서권수 채우기도 쉽고요. 

또, 아이들의 성장은 뭉클하거든요. 어른들의 성장은 그다지 와닿지도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이 책은 조우리 작가의 다른 책을 빌리려다가 없어서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요. 

제목부터 끌리더라고요. 어릴 적 베스트셀러였던 <스무 살까지 살고 싶어요>도 생각나고 말이죠.

 

스무 살은 성인이 되는 나이라서 어릴 적엔 엄청 큰 상징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스무 살만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현실은 그냥 한 살 더 먹은 고등학생이었지만요. 지금 생각하는 스무 살은 키만 큰 아기죠. ㅎㅎㅎㅎ

저는 항상 스무 살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무 살이 되고 싶지 않은지 궁금했습니다.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블루픽션 51)
마음을 붙잡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십 대들과 가까이 호흡해 온 비룡소 블루픽션상의 제12회 수상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한 반의 아이 여섯 명이 등장하여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작소설로, 일생일대의 고민과 깊숙한 비밀을 제각기 품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스로에게조차 풀기 어려운 암호 같았던 시절을 경험한 저자가 “영혼이 구원 받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장소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 시작된 이야기로, 그와 같은 세계를 정통으로 만난 아이들에게 소설을 통해 다독여 주는 목소리, 때로는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잠시 쉴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건강식품 신봉자인 엄마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는 ‘이재경’, 자신의 아들을 동생으로 숨겨야 하는 ‘김하연’, 엄마와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이수영’, 아빠의 실종을 추적하는 ‘천현준’, 만남과 이별의 허무함에 허덕이는 ‘연보라’, 악플로 고소를 당하는 ‘최민기’의 이야기가 졸업과 스무 살을 앞둔 시점까지 펼쳐진다. 데뷔작임에도 불안한 아이들의 심리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과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마음을 붙드는 감각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
조우리
출판
비룡소
출판일
2019.03.29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조우리
비룡소 2019
p.218

 

일곱편의 이야기

 

이 책은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명의 주인공이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과 사연을 가지고 있고요, 마지막 졸업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서사는 웃긴 것도 있고,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한 사연도 있습니다. 단편 속 주인공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이수영 편이 가장 현실적이라 와닿았는데요, 이수영의 엄마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학부모이기 때문이죠.

수영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모여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연애하는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촬영하고 학교에서 돌려보다 선생님에게 걸립니다. 그 때문에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부모님들이 소환됩니다.

엄마들이 학교에 도착하며 일어나는 일들은 쉽게 상상이 됩니다. 자기 딸을 핸드백으로 후려치거나 선생님께 용서와 관용을 빌며 애원하는 일들이요. 허나 수영이의 엄마는 달랐습니다.

 

아, 개교 이래 전무해요? 그치만 술, 담배야 지나가는 걸 테고...뽀뽀야 지들이 좋아서 하는 건데....

 

쿨하죠!! 너무 쿨해서 같은 엄마입장인데도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만약 우리 아이가 이랬다면, 같은 상황으로 학교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징계만 면하게 해달라고 울며 빌었을까요. 아이를 쥐 잡듯이 잡았을까요. 쿨하게 그럴 수도 있지 징계할 테면 해라라는 마인드로 넘겼을까요.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막상 닥쳐봐야 알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요.

 

수영아, 엄마는 말이지, 네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중요하지 않아.

 

저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어제 성적표만 안 가져왔어도 정말 이렇게 말했을 텐데.... @#$%%^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모든 문제를 지금 다 해결할 필요는 없을 거야
 우린 아직 스물도 안 됐는데.

 

아이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단 한 사람의 이해와 위로로 힘든 시간을 견뎌 냅니다. 그 한 명이 엄마인 아이도, 친구인 아이도, 연인인 아이도 있습니다. 많이도 필요 없죠. 단 한 사람이면 되더라고요. 그 한 명이 때론 이 세상 전부와 같은 지지인 것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캐릭터들이 진짜 살아있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해요. 그래서 재미있죠. 실제로 이런 10대들을 만나면 문제아라며 치부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사춘기네 중2병이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도 있고요.

10대들이 각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그들도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쉽지 않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크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10대 아들도 버거워 버둥거리는 존재지만요. 언제 가는 저도 이해심이 하해와 같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겠죠.

어쨌거나 그들도 원하던 원치 않던 스무 살이 되고 어른이 될 테고요. 어른의 입장도 이해할 테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춘기 때 이랬구나 부모님이 힘드셨겠구나 서로의 입장을 모두 알아가는 일이더라고요. 10대 사춘기 아들의 반항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겠죠. 힘을 내렴.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오래간만에 이야기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은 소설입니다. 원래 읽으려던 조우리 작가의 다른 책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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