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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류현재

by ProfitK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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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이 책은 독서모임하는 회원분이 2022년 자기가 읽었던 책 중에 베스트라며 추천한 책입니다. 제목만 봐도 징글징글한 기분이 들면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상큼한 노란색 바탕에 토끼옷을 입은 사람 표지도 산뜻하면서 섬뜩하기도 하고요. 책은 굉장히 가볍고 얇아서 앉은자리에서 후루룩 다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정말 좋습니다. 그에 반해 내용은 매우 무거운 책입니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류현재 장편소설
자음과 모음 / 2022
p.216

 

징글징글한 시작과 끝

 

시청 국장에서 은퇴한 잘 나가던 아버지와 가계부를 잘 써 주부 잡지에서 상까지 받은 성실한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자녀 4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자녀들의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 큰 딸은 교사, 큰 아들은 의사로 키워냈죠. 비록 셋째 딸이 이혼으로 오점을 남겼고 막내아들이 아직도 공무원 준비 중인 게 아쉽지만. 부부는 야무지고 영리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왔고, 완벽한 은퇴계획까지 세워놓았습니다. 그들 가족은 화목했고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네가 원해서 들어온 거야. 우리는 너보고 여기 오라고 사정하지 않았다.

자식이 넷씩이나 되는데 아픈 부모를 보살필 자식이 하나도 없냐고 입에 거품을 물 땐 언제고, 이제 와 그런 말을 하는 부모가 비열하게 느껴졌다.

 

언니는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고 있고, 오빠는 새언니 눈치가 보이니까, 동생은 아직 결혼도 취업도 못한 상태이므로 이혼해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책감을 가진 셋째 김은희가 부모님이 사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그게 아닌데 밥은 잘 먹는지 일이 힘들진 않는지 걱정돼 전화해도 애초에 하려던 말이 아닌 다른 말을 해버렸습니다. 젊고 건강했으면 자식들이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건데 늙고 병들고 나니 자식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섞기 싫어한다고 여겼습니다.

자식들은 쪼그라든 채 피해망상만 가득해져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 부모님이 지긋지긋해졌습니다. 다른 부모보다 신식이고 개방적이고 존경하던 부모님의 모습은 어디 가고 앞뒤 꽉 막힌 추한 노인네들로 바뀌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인내의 고무줄은 이제 실처럼 가늘어져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거기에 4남매들 각자의 개인사 역시 기구합니다. 큰아들 김현창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기 부모가 그렇게 고지식하고 속물인지 몰랐습니다. 아들이 의사인데 며느리는 간호사라며 무시하고 아이를 유산했을 때는 일하는 며느리 탓으로 돌렸습니다. 병원에서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하나뿐인 딸과의 사이도 데면 합니다. 장모님이 암에 걸려 아내는 자신의 집으로 모시려고까지 합니다. 우리 부모는 모시지 않고 장모님을 모신다면 형제들 보기에도 민망하겠죠.

교사인 큰딸 김인경의 사연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들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냈고, 피해자는 임산부였는데 유산했습니다.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 줘야 하는 상태에서 부모님은 20억 가치의 집을 셋째인 김은희에게 준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닙니다. 자신은 시부모님을 자신의 집에서 모셨고 유산은커녕 요양원 비용을 아직도 감당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셋째 김은희도, 넷째 김현기도 구구절절 안타까운 사연이고요 읽다보면 김은희에 감정이입했다가 김현창이 되었다가 김인경이 되었다가 마지막엔 부모의 입장이 돼 보기도 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죠. 각자의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알게 되고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건 드라마에나 있는 일일까요?

현실에선 각자의 사정을 헤아리고 보듬아주기엔 힘들기만 합니다. 자랑스런 부모이자 보호자였던 그들이 늙고 병들면서 한순간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면서 누가 부모의 간병을 도맡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유교사상까지 있는 한국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좋을 때만 가족이고 싫어지면 족쇄가 되는 이 관계를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자꾸 곱씹으며 읽게 됩니다.

작가는 이 문제가 개인이 이기적이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신만 이기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네 가족만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이죠.

 

이 책은 부모의 죽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듯 합니다. 차라리 부모를 잃고 슬퍼하는 입장이 부럽다던 그들은 결국 원하는 결말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해자이기도 또, 피해자이기도 한 사이였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가족입니다.

 

 

한줄평 : 같이 모여 살면 지긋지긋하고 멀리 떨어져 살면 그리운 게 가족이죠. 부모님께 잘합시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류현재 작가의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전작 『네 번째 여름』으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신작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으로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체 불가 스토리텔러의 역량을 입증했다. ‘가족 간병’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로 녹여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무게로 짊어지는 ‘가족의 책임’이 일으키는 비극의 내막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소설은 한 노부모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찹쌀떡이 목에 걸린 채 죽어가는 어머니, 칼에 찔려 피 흘리는 아버지.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식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네 명이나 되는 자식 중 누가 더 불효자인지 답을 낼 수 없다는 비감 어린 회한이다. ‘뒤통수를 친’ 자식들에 대해 치욕스러워하는 부모. 피할 수 없는 순리로 닥쳐온 부모의 ‘늙고 병듦’을 짊어진 자식들. 서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의 끊을 수 없는 굴레가 끊긴 그날, 그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자
류현재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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