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야성의 부름> vs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고전 <야성의 부름>이 영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책과 영화가 어디가 같고 또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원작 야성의 부름과 영화 콜 오브 와일드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영화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봤습니다.
영화 콜 오브 와일드 The Call of the Wild
미국, 2020. 5월 개봉
감독 : 크리스 샌더스
출연 : 해리슨 포드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00분
디즈니플러스 영화
주인공 벅
두 작품 다 주인공은 개인 벅입니다.
책 표지가 늑대의 얼굴이어서 책을 읽을 때는 늑대와 비슷한 시베리안 허스키를 연상하면서 읽었습니다. 영화 속 벅은 세인트 버나드에 가까운 모습이네요. 원작에 세인트 버나드와 셰퍼트 사이에서 태어난 풍채가 다부지고 힘이 센 4살 된 개라고 설명했으므로 고증이 잘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내 상상 속 벅과 달라서 오는 괴리감에 약간 실망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자마자 CG라고 바로 느껴집니다. 개보다는 인간의 표정과 더 가깝습니다. 불쾌한 골짜기의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 개를 데리고 영화를 찍기는 어려울 테니 이해는 합니다만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썰매견 중 첫 번째 대장이었던 스피츠가 제 상상 속 벅과 더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책을 먼저 접하셨다면 당연히 표지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실제로 이 책을 같이 읽은 독서모임 회원들 모두 영화 속 벅은 우리의 벅이 아니라며 거부하셨습니다. 야성의 부름으로 늑대의 우두머리가 되는 벅이 늑대와 비슷한 생김새로 연상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벅의 모습은 철저한 원작 고증에서 나왔으므로 이만하겠습니다. 이건 책 표지를 만든 민음사의 잘못으로 여기겠습니다. ㅎㅎ
줄거리
1890년 골드러시 시대. 북극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로 몰려듭니다. 당연히 튼튼하고 힘이 쎈 썰매개들이 많이 필요해졌고, 덩치가 커다란 벅이 사기꾼의 눈에 띄면서 불행이 시작됩니다.
원작에서 벅은 따뜻한 산타클라라 계곡에 있는 밀러 판사의 큰 저택에서 위엄있고 귀족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배경은 같습니다만 커다란 덩치로 사고만 치는 개로 표현됩니다. 벅은 파티를 망친 죄로 집에서 쫓겨나 벌을 받던 중 개도둑에게 납치되어 팔려가는 신세가 됩니다. 문명의 한 복판에서 원시 세계 한가운데로 내동댕이 쳐진 것입니다. 팔린 곳에서 벅은 곤봉으로 얻어맞고 곤봉을 든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그것이 벅이 곤봉과 송곳니가 지배하는 원시 세계로의 첫 입문이었습니다.
벅이 처음 팔려간 사람은 페로라는 집배원입니다. 페로는 공정한 사람이었고 벅에게 썰매 끄는 법을 잘 가르쳐 줍니다. 벅은 광활한 대자연과 매서운 추위, 거친 약육강식의 세상을 뛰어난 두뇌와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영민하게 적응합니다. 결국 야비한 썰매개의 대장 스피츠를 물리치고 대장 자리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원작에선 스피츠를 죽였다고 나옵니다만 영화에선 스피츠가 싸움에 지고 사라지는 걸로 나옵니다.
벅이 페로의 신뢰를 얻으면서 훌륭한 썰매견으로 자신만만 해질 즈음 새로운 우편 배달 방식이 도입되면서 페로와 벅 모두 일자리를 잃고 헤어지게 됩니다. 원작에서는 다음으로 솔트워터 우편마차를 끄는 개로 팔려가서 고생을 합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부분인데요, 벅과 다른 썰매개들이 정말 고생하거든요. 동료인 데이브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썰매를 끌려고 버팁니다. 사실 이 부분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영화보다가 감정소모가 심하면 체력이 떨어지더라고요.
원작에선 네 번째 주인입니다만 영화로는 세 번째 주인인 찰스와 할입니다. 이들은 딱 보기에도 썰매견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썰매에 과한 짐을 싣고 무작정 채찍으로 개를 때리며 달리게 했습니다. 해리슨 포드인 존 손튼이 봄이 다가와서 곧 얼음이 녹는다며 위험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고 막무가내입니다. 손턴은 원작에서 벅의 열렬하고 광적인 사랑을 받는 마지막 주인으로 나옵니다. 무식하고 잔인한 할에게서 죽기 직전의 벅을 구해주거든요. 영화 속 손턴도 벅을 죽음에서 구해주고 마지막 주인이 됩니다. 다만 영화 속 손턴의 서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그 슬픔에 아내와 헤어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과거가 있습니다. 원작에선 자유롭고 모험을 즐기는 젊은 사람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다르네요. 영화 적 요소인 신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잘 먹히는 요소인가 봅니다.
광활한 야생으로의 모험
손턴과 벅은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납니다. 영화의 재미는 이 부분에 다 모여있습니다. 광활한 자연이 내내 눈을 호강시켜 줍니다. 밤하늘 가득한 별빛과 반딧불이. 휘황찬란한 오로라. 탁 트인 넓은 자연 광활한 대지. 야생의 수많은 동물들까지 보는 눈이 다 즐겁습니다.
결말 스포 있습니다. 영화나 책을 안 보신 분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읽지 않기를 추천드립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손턴과 벅. 이곳에서 손턴은 금을 발견하고 벅은 야생의 친구들을 발견합니다. 서로의 시간을 보내며 점점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원작과 영화가 가장 다른 점이 이제 나옵니다. 무식한 할이 살아있더라고요. 원작에선 얼음이 녹아 깨진 강 속으로 모두 빠져서 할 무리가 전멸하는 걸로 나옵니다. 할이 살아서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하에 손턴을 찾아옵니다.
손턴을 향한 집념의 방향을 처음부터 금을 향했으면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손턴이 금을 캐다가 인디언 지역을 침범하여 인디언들에게 살해당합니다. 벅이 그 사실을 알고 인디언들을 학살하죠. 곤봉을 들지 않은 인간들은 이렇게나 허약한가 하며 실망할 정도였습니다. 영화에서는 할이 복수를 하러 와서 손턴을 죽입니다. 여기서도 벅이 할을 공격해 죽이고 맙니다. 목을 물어뜯어 죽이는 야성의 싸움이 아니라 불 난 집에 던져버리는 수준입니다. 너무 잔인하면 영화의 등급이 올라가므로 최선의 선택이겠죠. 저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봤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참고로 영화는 12세 관람가입니다. 초등 저학년이 봐도 괜찮아 보입니다. 왜 12세 등급을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종종 나오는 검은 늑대는 벅 내면의 야성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개의 조상은 늑대라고 영화 속에서도 자주 대사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늑대의 하울링에 겁먹고 움츠러들던 벅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당당하게 하울링 하기도 하죠.
영화 vs 원작 승자는?
이제까지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책이 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겠죠. 영화 속 대자연의 풍경은 대단히 멋있었습니다만 역시나 원작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환상적인 대자연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동물 영화를 좋아하시거나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찾으신다면 콜 오브 와일드는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만약 책을 읽고 싶다면 제가 읽었던 고전 중에 가히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전 많이 안읽음)
원작 야성의 부름 win!!!
야성의 부름, 잭 런던 : 추천 고전, 별점 ⭐️⭐️⭐️⭐️⭐️
세계문학전집 30.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우월한 원초적 야수 벅 주인공 벅은 밀러 판사의 반려견이었습니다. 벅은 햇빛이 잘 드는 산타클라라 계곡의 어느 큰 저택에서 평화롭고 귀족적인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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