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장편소설 튜브
인기 소설 <아몬드>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튜브인데요, 이 튜브는 물놀이할 때 필요한 그 튜브입니다. 유튜브 아닙니다.ㅎㅎ 물놀이할 때도 필요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 용도로도 쓰이는 튜브입니다.
구입한 지는 몇 개월 전인데 반년 정도 늦게 읽은 뒤늦은 후기입니다.
저는 신간을 구입하고는 항상 묵혀두고 나중에야 읽게 됩니다. 심하면 몇 년 지나서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 최근에 구입한 이슬아 작가의 신간 <가녀장의 시대>도 역시 묵히고 있네요.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미루는 습관을 올해는 좀 고쳐봐야 할 텐데요. 다들 새해 목표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튜브
손원평 지음
창비 / 2022
p.276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이 책은 작가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글로 시작된 소설입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가 자신에게 지금 너무 필요하다는 글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원평 작가는 마음먹었답니다.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그 사람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요.
주인공은 김성곤 안드레아입니다. 50대가 가까워진 구부정한 아저씨. 아내 란희의 화는 아무리 큰 자극에도 3 이상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김성곤에게는 순식간에 100까지 뛰게 만든 남편. 칭찬이라고 던진 말이 상대방에겐 핀잔으로 전달되는 사람. 죽기로 마음먹고 선 한강대교에서 갑자기 불어온 칼바람에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돌아서고야 마는 사람.
죽지도 못하고 터덜터덜 걸어간 서울역 중앙의 텔레비전에서 실패를 거듭하다 연이은 성공으로 전설적인 인물이 된 글렌 굴드의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말이죠.
정말로, 진짜로 행동해야 해요. 언제까지요?
변할 때까지 말이죠.
세상이 변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단언컨대 당신은 결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그런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하나만 말씀드리죠.
당신은 오직 당신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게 변할 때까지요.
변화. 변화라는 단어는 김성곤 마음에 자리 잡습니다.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채.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고리타분한 의자 광고도 눈에 들어옵니다.
김성곤은 아내의 화를 손쉽게 돋우고, 하나뿐인 딸에게도 칭찬이 인색한 아빠였습니다. 거듭된 사업 실패로 결국엔 가정마저 잃은 이혼남입니다. 자살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죽음에 대한 열망마저 맥없어 꺾여버렸습니다. 다시 삶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어진 것이죠. 빛이 꺼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에도 기회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김성곤 안드레아의 기회의 속삭임은 바로 변화라는 단어였습니다.
우연히 젊었을 적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젊고 자신만만한 표정, 곧게 펴진 등, 친절한 태도, 사랑하는 가족. 사진 속 그 남자와 조금이라도 닮을까 싶어 등을 곧추세워봅니다. 그러자 묘한 일이 벌어지죠. 설명하기 힘든 작은 도전에 대한 욕구가 움트기 시작한 겁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 하나만을 지상과제로 삼기로 합니다. 이 시시한 다짐 하나가 과감한 여정의 첫 발자국이 될 줄도 모르면서요.
힘을 내요. 김성곤 안드레아!
곧게 펴진 등을 가진 자신만만한 자신의 옛날 모습에 자극받아 매일 등을 펴는 연습을 하는 김성곤 안드레아. 하루하루 자세가 바로 서며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배달일을 하며 오다가다 만나는 학원 차량 운전기사인 현자 박실영을 만나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뭐든지 한번에 한 가지씩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땐 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에 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김성곤은 등을 쭉 펴고 어깨를 여는, 목적 없는 단순함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비결이라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화된 감각들을 되찾다 생긴 기발한 아이디어와 여러 행운이 겹쳐 결국 김성곤은 큰 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이 여기 끝이 난다면, 그저 그런 흔한 소설이었을 겁니다. 주인공은 다시 실패를 하고 맙니다.
지푸라기 프로젝트
작가는 실패한 사람의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영원하지 않죠. 원하는 것을 가져도 다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잔잔한 파도가 아니라 풍랑 속이니까요.
이 책은 결국 실패해도 스스로 힘을 내어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실패에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는 영혼들의 이야기입니다. 엉망이기만 한 삶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던져져 운 좋게 잘 풀리기도 하고, 손에 잡힌 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했다고. 아주, 잘 살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응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그런 그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내가 힘을 내고 싶은 순간에 나 역시 응원받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한줄평 : 이 책을 인터넷 어느 게시판에 글을 남긴 그분이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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