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241. 반쪼가리 자작 : 이탈로 칼비노
이탈로 칼비노의 귀족 3부작 중 반쪼가리 자작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다른 두 권은 나무 위의 남작과 존재하지 않는 기사입니다. 이 두 권은 추후에 읽고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내년이 되겠네요. 벌써 1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귀족의 작위
요즘 회귀물 웹툰을 많이 봤는데 귀족 작위가 많이 나옵니다. 공작가 아가씨라던지 백작영애, 후작 부인. 이런 호칭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제가 현재 즐겨 보는 웹툰은 <공작부인의 비밀 의상실>,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여보, 나 파업할게요> 등등입니다. 차례로 공작부인, 가주, 남작 부인 등등 귀족의 작위가 나오길래 작위의 순위를 알아보았습니다.
귀족 작위에는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까지 5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공작의 순위가 가장 높고, 남작이 낮습니다.
귀족의 직위 및 서열순
공작 > 후작 > 백작 > 자작 > 남작
이탈로 칼비노의 3부작은 자작, 남작, 기사 순이겠네요. 3부작 중 가장 직위가 높은 반쪼가리 자작부터 읽게 되었군요. 3부작 중 순서는 상관없으며 이어지는 내용 또한 아니므로 어느 편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불완전한 인물
투르크 인들과 종교 전쟁이 벌어져 메다르도 자작이 전쟁 중인 이웃 군주들을 기쁘게 해 주려고 자원 입대합니다. 갓 청년기에 접어든 메다르도 자작은 선과 악이 뒤섞인 막연한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터져 나오는 시기였습니다. 전쟁이 처음인 데다가 흥분한 자작은 대포 앞으로 뛰어들다 대포에 맞아 정확히 절반이 사라집니다. 몸이 두 쪽으로 갈라져 왼쪽이 없어졌는데 오른쪽은 찰과상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에 의사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그를 살려냅니다. 메다르도 자작이 한쪽 눈, 반쪽 입으로 살아나 반쪼가리 자작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반쪼가리 자작은 지나가면서 만나는 모든 물건과 동물들을 정확히 반으로 잘라버립니다. 자신의 비극을 고스란히 돌려주려는 듯 야만적인 행동을 일삼습니다. 아버지가 아끼는 때까치를 죽여 아버지도 충격으로 사망하고, 자신을 키운 유모를 화상 입혀 문둥병 마을로 쫓아내고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하는 등 반쪼가리 자작의 행동은 사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진 왼쪽 자작이 나타납니다. 이 왼쪽 자작은 오로지 선하기만 합니다.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빠.
조화가 결여된 선 역시 악만큼 나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선의로 하는 행동이지만 결과적으론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비인간적인 사악함과 비인간적인 덕성 사이에서 영주민들만 고통을 받습니다. 밤이 되면 악한 반쪽에게는 악한 생각들이, 착한 반쪽에는 자제와 헌신이 피어납니다. 완전히 상반되는 두 쪽은 어지러운 마음으로 번민하다 결국 결투를 하게 됩니다. 결투를 하다 온전한 하나가 되지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세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결국 메다르도 자작은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혹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래서 현명해지고 행복해졌다는 그런 전래동화 같은 권선징악의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옛날 동화 중에 반쪽이하고 비슷한 느낌입니다. 책은 굉장히 얇습니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뺀 글만 치자면 120페이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로 가독성도 좋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읽은 권수를 포함하기 아주 적당하지요.
사실 이 책이 왜 고전인지 약간 의문이 들긴 했지만, 많이 읽히고 널리 퍼지고 오래되었으면 다 고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 주는 교훈도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명료합니다.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것이 선한 의도였어도 나쁜 일입니다.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위험하고, 선과 악도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한 상태이고 우리는 타인의 일부분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사람은 2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존재이므로 선과 악만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성찰 없는 행동은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한줄평 : 권선징악 전래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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