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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랑

by ProfitK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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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짧은 소설

애쓰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베스트 책으로 꼽으셨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최은영 작가의 책을 주문했습니다. 밝은 밤과 애쓰지 않아도 두 권을 구입했는데 단편 소설 먼저 읽고 싶어서 애쓰지 않아도를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 책 <쇼코의 미소> 역시 단편 소설집이었는데 그때 재밌었다는 기억만 있을 뿐,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단편 소설은 대부분 기억에 잘 안 남더라고요.

이 책 역시 읽은 지 몇 주가 지났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서평을 쓰면서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합니다.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짧은 소설
마음산책, 2022
p.231

 

이 책은 총 14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입니다. 보통 7~8편의 단편을 엮어 책으로 나오는데 반해 진짜 많이 짧은 소설들로 엮었더라고요. 짧은 소설은 읽는 동안은 금방 몰입돼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기억에는 오래 남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역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게 대부분이네요.

 


애쓰지 않아도

나는 유나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유나가 나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

 

애쓰지 않아도 단편 속의 주인공은 강하고 선망의 대상인 유나에게 휘둘리다 상처받습니다. 유나에게 느꼈던 선망은 오래된 열등감의 다른 말이었고, 유나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유나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도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친구가 되자고 먼저 다가온 것도, 좋아한다고 가깝게 지내자고 표현한 것도 유나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애는 어떻게 나를 생각할까 궁금해하지요.

 

읽으면서 내내 학창 시절 제 모습이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시절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지내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돋보이고, 인기 있는 아이를 동경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다니다 휘둘리기도 했고요. 너만 알고 있으라며 터놓은 비밀들이 온 사방에 퍼져서 결국 나를 놀리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악의와 상관없이 행해져서 더 상처받고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많은 일들이 그 당시에는 앞이 깜깜해지고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다가왔었습니다. 나를 꾸미고 치장하느라 거짓말도 많이 하고 친구를 솔직하게 대하지 못해 떠나보낸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착하지 않은데 착한 척하느라고 고생 많이 했네요. 지금은 알 수 있죠. 그 당시 12시간씩 학교에 있다 보니 내 세상은 겨우 좁은 학교가 전부였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 전부라고 생각했었구나라는 것을. 그래서 한 명하고 문제가 생기면 엄청 큰 일로 다가왔다는 것을. 한 명이 반 전체와 연결된 있어서 세상 전부라고 생각한 세계가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내 세상이 나를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겠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친구 하나 잃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결국 끝까지 남아있는 친구들은 애쓰지 않아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시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귓등으로도 안 듣겠지만은. ㅋ 나는 나를 아니깐요. 어쨌든 학창 시절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회귀한다면 아마 비트코인이 처음 나온 2003년쯤? ㅎㅎㅎ

 

 

애를 쓰면 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가상의 인물들이 겪는 고통을 통해서 내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므로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요. 소설 속에서 주는 다양한 경험과 인물들로 간접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책 속 인물들이 겪는 감정에 공감하고 주인공에게 닥친 고난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내 세계 역시 확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뭉뚱그려진 내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하는 법까지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짜증 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짜증이 서운함인지 속상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최은영 작가는 말합니다. 억지로 애를 쓰고 힘을 들이면 삶도, 글도 더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요. 저도 무리해서 애쓰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애써서 잡아야 하는 인간관계나 사랑은 나를 쉽게 지치게 합니다. 애쓰지 않아도 내 곁에 남을 사람은 남고, 아무리 애를 써도 떠날 사람은 떠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굳이 나를 꾸미고 힘을 들여서 경직된 모습으로 지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온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한줄평 : 일상적인 소재가 더 나를 불편하게 할 때가 있는데 내 과거를 돌아보느라 그런 것이죠. 그래서 판타지 좋아합니다. ㅎ

 

 
애쓰지 않아도
삶의 모난 부분을 보듬는 섬세한 시선과 폭력에 맞서는 단호한 태도 최은영 작가 신작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 등단 이후 줄곧 마음을 어루만지는 맑고 순한 서사, 동시에 폭력에 대한 서늘한 태도를 잃지 않는 작품을 발표해온 최은영 작가의 신작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가 출간되었다. 최은영 작가는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이름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두 권의 소설집(『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과 한 권의 장편소설(『밝은 밤』)을 발표하는 동안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는 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가다. 앞서 발표했던 작품들에서 인물 간의 우정과 애정을 세심하게 살폈던 최은영은, 이번 짧은 소설집에서도 그 시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가 여리고 민감했던 시절, 몰두했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상처받아 뾰족해졌던 마음의 모서리를 쓰다듬는다. 상처를 응시하는 시선은 올곧고 바르지만, 이를 감싸는 문장은 사려 깊고 따뜻하다. 어긋난 관계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면, 최은영의 소설에서 정확한 위로를 받게 된다. 마음산책 열네 번째 짧은 소설로 출간되는 이번 책은 김세희 그림 작가가 함께했다. 풍경에 스미는 빛을 포착해서 캔버스 위에 옮겨놓는 김세희 작가의 작품들은 따스한 봄을 닮았다. 애틋함이 가득한 그림들은 최은영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애쓰지 않아도』에는 짧은 소설 열세 편과 함께 원고지 100매가량의 단편소설이 한 편 수록되어 있다. 보다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짧은 소설과 어우러진 단편소설에서는 최은영 특유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좀 더 묵직한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최은영
출판
마음산책
출판일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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