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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공간의 미래, 유현준 : 셜록현준이 제시하는 미래

by ProfitK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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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시킨 공간 변화

공간의 미래
공간의 미래

요즘 설거지를 할 때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니 보면서 하곤 합니다. 제가 특별히 뭘 골라서 본 적은 거의 없고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대로 봅니다. 유튜브 들어가서 바로 시작되는 작은 화면으로 보면 광고도 없어서 주로 그렇게 보는데요. 설거지를 하면서 보다 보니 주로 화면보다는 듣기 위주로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비정상회담이 나오길래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 달 정도 보면 다음엔 조승연의 탐구생활이 나오더라고요. 그다음엔 일리야랑 파비앙 나오다가 지금은 셜록현준이 나옵니다. 저 몰랐는데 지적인 남자 조근조근 말 잘하는 남자 좋아하나 봐요. 이래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하나 봐요.

셜록현준 유튜브를 열심히 보다 보니 어느새 책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2021
p.364

 

유현준 건축가가 제시하는 공간의 미래

유튜브 속 유현준 건축가는 편안하게 앉아서 20분가량 혼자 말을 하는 영상이 대부분입니다. 왜 우리나라 아파트는 방이 3개인지,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왜 중요한지, 공원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등등 조리 있고 명쾌한 해답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시하는 미래공간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렐 정도입니다. 지하 물류 터널이라던지 학교 교실의 재구성이라던지 스마트 타운 같은 미래 공간은 왜 이대로 실행하지 않는지 정부에 건의라도 하고 싶더라고요. 

 

다만, 이 공간의 미래라는 책은 유튜브와 상당 부분 겹쳐 있습니다. 영상을 보다 보면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어떤 질문에도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으시거든요. 책으로 이미 쓰셔서 생각 정리가 완벽하게 되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눈으로만 읽고 아는 것과 누굴 가르쳐 본 기억은 천지차이라고 합니다. "시험 볼게 공부해" 하는 그룹과 "이걸 익혀서 누굴 가르쳐"라고 하는 그룹을 나누면 수업하기 위해 공부한 그룹의 정보 기억 능력이 월등했다고 하죠.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을 글로 쓰면 배움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글을 쓰면 흐릿하고 모호하던 내용들이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죠. 유현준 건축가는 글로 씀으로써 정보를 더욱 명확히 기억하고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을 파악한 것입니다. 또한 그 내용이 합리적이어서 쉽게 설득되고 수긍하게 됩니다. 제가 건축 쪽에 무지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듣다 보면 정말 셜록홈즈 뺨칩니다. 바로 유튜브 이름이 왜 셜록인지 납득되어 버리죠. 저는 절로 왓슨이 되었습니다.

 

지상에 공원을, 거리엔 벤치를.

유현준 건축가는 공원과 벤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대도시인 뉴욕조차도 공원이 많고 브로드웨이에만 벤치가 170개나 있는데, 서울의 공원은 멀고 걸어갈 수 있는 공원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벤치 또한 신사동 가로수길엔 달랑 3개뿐이라죠. 도시에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답니다. 그래야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공통의 추억이 생기니까요. 지금은 공원에는 노인들뿐, 카페에는 젊은 사람들뿐 이렇게 양극화되어 서로의 갈등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공원을 즐기는 문화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주말에 서울 한강 공원을 가보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입니다. 이런 공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방법은요? 도로를 줄이는 겁니다. 책에선 8차선 도로의 절반을 기다란 모양의 선형 공원으로 만들고 물류트럭을 지하로 보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사람이 운전하는 트럭이 아니라 자율 주행 물류 터널을 만들면 구멍이 클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커다란 물류트럭만 사라져도 도로는 쾌적할 테 죠. 꿈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가까운 미래에 꼭 실현되어 서울에 녹음이 가득한 강남과 강북을 이어주는 긴 선형의 공원이 생길 수도 있겠죠. 

 

유현준 건축가의 비전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빌라가 많은 동네의 필로티 주차장을 없애고 여러 동의 빌라를 묶어 소규모 재개발로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4인 가족이 점점 줄어들고 1인, 2인 가족의 형태가 40%에 육박하므로 기존의 방 3개 아파트를 더욱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지방 도시를 강남의 짝퉁 도시로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지방의 다양성을 만들어 새로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건축물도 진화해야 한다고요. 더 이상 획일화된 똑같은 아파트 건물 말고 건물이 모여있는 자체로도 그림이 되는 도시를요. 

 

책은 정말 재밌습니다. 건축에 무지한 저도 푹 빠져 들 만큼 건축물이나 건물에 대한 애정을 듬뿍 쏟아내셨습니다. 건축을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책에 대한 애정도 많으셨어요. 책은 무조건 사서 읽고, 읽은 순서로 책장에 꽂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본인 생각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고요. 생각도 못한 정리방법이라 놀랐습니다. 뭔가 생각을 깨는 발상이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꿈꾸고 책은 대부분 빌려 읽습니다. 읽은 책은 되도록 선물하거나 되팔고 있습니다. 집 책장에 꽂힌 책들은 선물 받은 책, 아직 안 팔린 책, 아직 안 읽은 책들뿐이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정리했거든요. 나름 고심해서 정리했는데 여전히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읽은 순서로 꽂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아직 안 되겠네요. 올해는 사둔 책을 다 읽어야겠습니다. 이래놓고 도서관에서 또 책을 빌려왔지만요. 아무래도 반납기한이 있는 책 먼저 읽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또 유현준 건축가님의 공간이 만든 공간을 빌려왔습니다. 말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지식인 좋아합니다. 구글이 알려준 제 취향입니다. 다음 알고리즘이 기대되는군요. 

 

 

한줄평 : 코로나 이후의 도시 변화가 궁금하신 분들 꼭 읽어 보세요. 셜록 현준의 혜안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의 미래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은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본다. 인간은 늘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에는 그런 요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당연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 올바른 예측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저자
유현준
출판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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