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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김치 공장 블루스, 김원재 : 본격 앞광고 에세이

by ProfitK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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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공장 블루스 / 김원재 에세이

 

대기업 광고회사를 다니던 작가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김치공장에 입사합니다. 놀라운 행보지요? 연예인을 쉽게 볼 수 있는 핫플 이태원 한복판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연예인 대신 고라니와 멧돼지가 출몰하는 파주읍 부곡리 공장부지로 출근을 하다니요. 이유는 작가가 기업 2세란 점!!(재벌 2세 아님 주의) 어머니가 사장인 김치공장의 가업을 잇기 위해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을 한 것이었죠. 아아. 납득. ㅎㅎ

 

 

 
김치 공장 블루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우리의 귓전을 때리는 이 〈김치 주제가〉의 가사처럼, 김치 없는 한국인의 밥상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배추김치는 물론이거니와 계절마다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파김치, 총각김치, 종류가 다채롭게 등장하는 우리네 식탁이지만… 정작 김치를 만드는 이들의 하루를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여기,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10년 근속 포상을 눈앞에 두고, 김치 공장 새내기를 자처한 이가 있다. 대체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에서 궁둥이 붙일 틈 없는 현장직으로의 전환은, 게다가 유망한 것도 아닌 케케묵은 산업에 뛰어든 그의 일상은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방불케 한다. 구불구불 숲길을 지나 출근한 김치 공장 사람들은 세척실로 쏟아져 나오는 배추를 건져 종일 서서 속을 넣고, 하루에 오이만 3천 개를 썰다가 손가락을 못 펴는 지경에 이르고, 1년 전에 구매한 김치가 이상하다며 항의하는 황당한 고객을 응대하며, 밀려드는 일을 하다가도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홈쇼핑 방송을 위해 달려가는…. 『김치 공장 블루스』는 정신없이 굴러가는 하루에도 자기만 알기 아까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순간마다 배움의 기회로 삼는 남다른 근성을 지닌 저자가 쓴 김치 공장살이의 기록이다. 고춧가루 팍팍 무친 듯 눈물 나게 맵다가도, 절인 배추 한 쪽 베어 문 듯 짭조름하고, 동치미 국물 들이켠 듯 속 시원한 김치 공장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한편, 이 책은 저자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먼 타지에서도 자부심을 지키며 일하는 외국인 친구들, 오랜 시간 공장에 몸 바쳐 온 선배들, 자신의 아들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보내며, 저자는 그들과 연대하기를 굳게 다짐한다.
저자
김원재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3.03.08

 

김치 공장 블루스
김원재
 알에이치코리아 2023
p. 288

 

김치 공장의 하루

이 책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엄마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김치공장 부사장으로 이직한 전직 카피라이터의 직업 체험 에세이입니다. 김치 공장에서 일어난 일들과 보통의 평범한 직장인들 같은 하루하루를 위트 있는 문체로 읽기 좋게 써 내려갔습니다. 

 

이름만 해도 그렇다. 판교의 여느 스타트업들 부럽지 않다. 가겐, 타파, 바타, 수딥, 루비, 가네스, 라우더... 한때, 판교의 IT 회사들에서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게 유행이었듯이, 우리 공장에도 이국적인 이름들이 넘쳐난다. 그 뜻도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김치 공장에서는 네팔인이 양념을 하고 중국인이 양념을 버무리고 태국인이 비닐을 묶고 몽골인이 라벨을 붙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으로 전해져 한국인이 맛있게 먹는 반찬이 됩니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글로벌하게 만들어 내고 있던 것이었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다채롭기 그지없습니다. 서툰 한국말로 인해서 일어나는 호칭과 반말들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게 됩니다.

 

 

신간 에세이 두 권

 

사장님의 생각은 한결같다. 입고를 허투루 하면, 허투루 보내도 되는 줄 안다고. 물건은 이래도 되나 싶게 박하게 받아야, 개중에 좋은 것을 골라서 보내준다고.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깐깐하게 만드는 이 회사의 김치를 먹어보고 싶어 집니다. 김치브랜드는 비비고와 종가집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김치 브랜드가 저절로 각인되었습니다. 책 속에 김치공장의 이름이 은근슬쩍 드러나더라고요. 본격 앞광고 에세이라고 볼 수 있죠. 자신이 다니는 회사인 김치공장과 사장님인 엄마를 향한 애정을 가득 담아서요. 믿고 먹을 수 있는 김치 브랜드를 알게 돼서 든든합니다. 나중에 한 번 주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가 저 드센 남자들이랑 싸우려면 얼마나 힘들었겠냐. 
원재야, 너도 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너 못하겠으면, 너는 이 고생 하지 마라. 고생은 내가 한 걸로 됐지. 이 공장은,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거야. 너희 깜냥이 안 될 것 같으면 나는 미련도 없다.

강하고 반듯한 엄마 사장님을 모시는 부사장 작가는 울기도 많이 웁니다. 어떻게든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며 열심히 해내는 모습이 보기 좋고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응원을 하게 됩니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퇴사하고 싶을 때.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김치공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식을 채우는 책도 좋고, 엄청난 스케일의 소설들도 좋지만 가벼운 힐링 에세이도 읽기에 참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얼마나 쏠쏠한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때는 공감을 하고, 다른 생각일 땐 이해를 하고, 어쩌다 위안을 받기도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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