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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 알로하 나의 봄날

by ProfitK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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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장편소설

벚꽃이 핀 봄날의 비 예보는 벚꽃엔딩을 의미합니다. 내일 비 소식이 있는 날 마지막 벚꽃 구경을 위해 책을 들고 공원을 찾았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른 채 우연히 읽게 된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입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시대 선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백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라는 신선하고 새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을 올리고 생활을 꾸려 가는 여성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중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서로에게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 낸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2020년 현재의 우리에게 소중한 편지처럼 가슴 아린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멈출 수 없는 드라마처럼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감정을 적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다려 왔다면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놓쳐서는 안 될 뛰어난 작품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세 주인공 버들, 홍주, 송화는 천국을 꿈꾸었지만 지옥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마음 붙이고 살아가는지 보여 주는 삶의 장인들이다. 금기를 깨는 여성, 경계를 넘는 이주민, 새로운 가족으로 서로에게 곁이 되어 준 이들은 바로 우리 시대 스승이자 친구이다. 이미 와 있는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이다. 은유(작가) 불꽃같은 생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 온 그 모든 날들에 대한 우아한 복수. 사랑하고, 이해하며, 온몸으로 서로를 얼싸안는 아름다운 여성 공동체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정여울(문학평론가, 작가)
저자
이금이
출판
창비
출판일
2020.03.25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창비 / 2020
p.400

 

하와이 첫 이민자들 그중에서도 사진 신부로 온 버들, 홍주, 송화의 이야기입니다. 사진 신부란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일하러 간 독신 남성 노동자들이 배우자를 얻기 위해 조선으로 사진을 보내고 그 사진만 보고 결혼해서 하와이로 가게 된 젊은 여성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 시절 달랑 사진 한 장으로 남편을 고르고 머나먼 타국으로 떠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하와이에 무슨 기대를 가졌길래 운명을 건 도박과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 도저히 상상되지 않습니다.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 속에서 눈길을 끈 사진 한 장으로부터 이 책이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신부들

부채와 양산과 꽃을 각각 든 하와이로 가는 사진 신부들. 보기에도 앳된 소녀들입니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들이 사진 신부로 많이 갔다고 합니다. 이 사진 속 소녀들이 각각 송화, 버들, 홍주로 살아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하네요.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작가는 대단합니다. 

 

 

버들 애기씨, 내년이면 열여덟이지예? 포와로 시집가지 않을랍니꺼?

 

버들은 양반가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삯바느질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중에 포와로 시집가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결혼을 결심합니다.

홍주는 시집간 지 두 달 만에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옵니다. 그 시절 과부라고 하면 바깥 출입이 힘들때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방에 갇혀 지낼 수 없어 버들과 함께 하와이 행을 택합니다. 

송화는 무당의 손녀로 동네에서 돌팔매를 안한 이가 없을 정도로 기구한 삶을 살았습니다. 조선에서 손녀마저 무당으로 살게 하고 싶지 않은 할머니가 송화도 하와이로 보내달라 부탁을 하게 됩니다.

 

버들, 홍주, 송화는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나란히 하와이로 가는 배를 타게 됩니다.

 

 

새 삶의 터전, 하와이

버들은 시집오면 당연히 바로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무에 옷이며 신발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던 낙원이라던 하와이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주라던 남편은 소작농이고, 그나마 사진과 비슷한 젊은 남자라는 점만이 안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다른 신랑들은 모두 할아버지뻘이었던 것이죠. 버들의 시아버지보다 한 살 어린 송화의 남편은 도박과 술주정 뿐만 아니라 손버릇까지 나쁜 사람이었고요.

 

그래도 사진 신부들은 서로 의지해가며 아이를 낳고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조국인 조선이 일제 식민 시대인 이민자들의 고생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힘있는 일본의 이민자들과도 사뭇 다른 처지였습니다. 

 

책은 계속 뒷 내용이 궁금해져 쉽게 손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하와이 이민자 1세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조마조마하면서 읽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나쁜 이야기가 나올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신파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눈물 콧물 쏙 빠지는 슬픈 이야기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남편이 지주라는 중매쟁이의 말에 속아 하와이에 온 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결국 지주가 됩니다. 지주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고 대출을 받아 2에이커의 땅을 사 카네이션 농장을 시작한 것이죠. 왜놈 없는 새 세상에서 살려고 조국을 떠나온 그녀들. 편히 살기 위해 하와이에 온게 아니라 희망과 꿈을 찾아 온 그녀들. 그녀들의 삶은 딸인 펄에게로 이어져 내려갈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녀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나의 봄날도 희망으로 반짝반짝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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