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주택 / 유은실 소설
순례주택은 도서관에 인기가 너무 많은 책이라서 몇 달째 예약조차 안 되는 귀한 책인데요. 아이 학교 도서관에 있더라고요. 학교 도서관은 굳이 아이가 그 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인근 주민들도 책 대출이 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도서관에서 대출이 어렵다면 근처 학교 도서관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 책 위주로 대출이 많이 되기 때문에 성인도서는 신간도서나 인기도서도 종종 서가에서 발견이 됩니다.
경기도교육청 학교 한정인지 전국 모든 학교가 다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니 인근 학교에 문의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꿀팁이지 않나요? ㅎㅎ
순례주택
유은실
비룡소 / 2021
p.248
순례주택이란 건물주인 김순례씨의 주택이란 뜻입니다. 순례주택은 1층 상가와 주차장, 옥탑방이 있는 4층 짜리 건물이고 한 층에 두 가구씩 세입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물론 건물주인 김순례 씨도 402호에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순례 씨와 순례 씨의 최측근인 중학교 3학년 오수림입니다. 오수림은 순례 씨 남자친구의 손녀로 연년생인 언니와 엄마의 우울증으로 인해 할아버지와 순례 씨가 7년간 키운 아이입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순례주택이 있는 빌라촌을 벗어나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인 원더 그랜디움으로 돌아갔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순례주택에 있는 여학생이지요.
예전 뉴스에서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이 근처 빌라에서 사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나 브랜드로 아이들을 구별 짓는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의 행태에 눈쌀이 찌푸러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에서도 빌라촌과 아파트촌을 나눠서 어울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하는 어른이 나오는데요 바로 오수림의 엄마입니다.
아파트에 살면 학력이 높고 잘 사는 사람, 빌라에 살면 못 배우고 못 사는 사람으로 나눠서 단정짓는 선입견을 비꼬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씨
순례 씨는 개명을 했다.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의 순례에서 순례자에서 따온 순례로. 나머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순례씨는 주어진 이름을 버리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이름처럼 멋지게 살아갑니다. 이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또한, 순례 씨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순례 주택을 세를 줍니다. 그래서 순례 주택 입주하기는 5년을 대기해도 어렵죠. 나가는 세입자들이 없으니까요. 그 순례 주택에 빌라촌을 무시하던 오수림의 가족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뒷 내용이 슬슬 감이 잡히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저런 사건들로 오수림의 가족들이 정신 차리고 새 사람이 되는구나라고요. 허나 뻔한 내용일거라는 제 예상을 뒤엎고 책 내용은 기발하고 다채롭고 재밌습니다. 여러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고 가족의 불화 앞에서 걱정하는 수림을 순례씨는 큰 마음으로 모두를 품어줍니다.
순례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한다. 1군들에게선 거의 들은 적이 없는 말이다. 순례 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 -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 가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수림은 생각이 어린 부모님보다도 진정한 어른인 순례 씨를 점점 더 존경하고 좋아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갑니다. 제가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있는데 큰스님의 명쾌한 해답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없습니다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즐겨 듣습니다. 법륜스님의 통찰과 순례 씨의 가치관은 비슷하게 들어맞습니다. 인생의 달인들의 삶의 지혜는 결국 같은 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 이 책이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했고요. 순례 씨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많이 베풀고 너른 마음으로 신념대로 사는 어른이요.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진정한 어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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