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일기 / 글, 그림 삽사롱
우리는 매일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새는 어디라도 있으니까요. 언제부터 새가 눈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도시에 흔한 까치와 비둘기부터 대학생 때 잠깐 키우던 금화조, 동물원에 있는 앵무새들, 천변에 왜가리와 백로들. 사진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백로가 많이 사는 숲에 따라가 백로구경을 실컷 한 경험도 많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탐조인은 아닙니다만 새소리가 들리면 멈춰 서서 새를 찾아서 한참을 구경하곤 합니다. 그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유퀴즈에 출연한 정세랑 작가님이 새를 좋아한다고 새를 보러 다니는 게 취미라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새 보는 게 취미일 수 있구나. 그러고 그때 알았습니다. 아. 나도 새 구경 좋아하는데. 내가 새를 좋아하는구나.
새 이름 알기
동네에 탄천이 있습니다. 탄천에서 뻗어나온 작은 천들이 많은데요 그중에 도서관 가는 길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타난 우아한 새 한 마리.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우아한 날개짓과 긴 다리로 거침없이 걷는 모습, 높은 확률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까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재밌더라고요. 문득 이름이 궁금해져서 도서관에 달려가 새 도감을 빌렸었습니다. 저 새의 이름은 노랑부리백로.
이름이 주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게 된 이후로 노랑부리백로만 보이면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특별한 나만의 새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작가는 카메라가 없어서 그림으로 탐조기록을 한다고 합니다. 그림체는 매우 귀엽습니다.
이 책에서 백로 구별법을 알려줍니다. 쇠백로, 중백로, 노랑부리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대백로.
크기와 부리가 조금씩 다른데요 저는 왜가리 제외하면 그냥 다 노랑부리백로로만 보입니다. 구별이 어렵더라고요.
엇. 지금 보니까 제 사진 속 백로는 대백로같네요. 노란 허벅지를 갖고 있습니다. 크기도 상당했거든요. 여태 노랑부리백로로 알고 있었는데 대백로였다니.
머리에 검은 무늬와 꽁지머리가 특징인 왜가리 역시 백로과였습니다. 왜가리와 백로가 많은 탄천 근처 살아서 산책이 너무 즐겁습니다.
탄천에는 이렇게 멋진 바다가마우지도 삽니다. 처음 봤을 때 너무 멋있어서 반했어요.
정세랑 작가님이 유재석 님을 물까치에 비유하셨는데 그 물까치도 아파트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파란 날개깃이 참 예쁜 물까치. 집 앞 감나무에 앉아서 홍시 하나씩 잡고 먹는 물까치 떼도 구경한 적 있는데요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습니다. 이렇게 동네에서 조금의 관심만 있으면 실컷 탐조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인공이 새의 깃털 모으는 취미가 있던데 이 책의 저자인 삽사롱 작가님도 새의 깃털을 모으시더라고요. 깃털이 예쁘긴 해도 보관이 어려울 거 같아서 전 새 구경만으로 만족합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도 재밌습니다. 소설이고요. 추천추천!
탐조일기를 보다보면 쌍안경 들고 본격 탐조활동을 하고 싶어 집니다. 나만의 새도 찾아보고 싶고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새명식! 가톨릭의 세례명과 비슷한 새 이름을 받는 것인데 내 새 이름도 궁금하고요. 더 많은 새의 이름도 외우고 싶습니다.
탐조일기
삽사롱
카멜북스 2023
p. 288
탐조의 효능
1. 활동량이 늘어나 건강해진다.
2. 똑똑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3. 사는 게 지루하지 않다.
탐조 뉴비를 위한 튜토리얼
도감(휴대용, 공부용)과 쌍안경(10만원 내외, 8 배율 추천) 필요 (카메라는 없어도 문제없음)
동네 공원이나 뒷산(익숙한 공간)부터 탐조 시작
그날 본 새들의 이름 기록
탐조 용어
동정 - 새의 종을 알아내는 것
종추 - 이제껏 보지 못한 새를 처음으로 본 것
육추 - 새들이 알에서 깐 새끼를 육아하는 일
이소 - 아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
미조 - 길 잃은 새
야장 - 탐조 시 본 새와 장소, 날씨, 시간, 느낌 등을 적은 기록
이제부터 동네 탐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새들의 벅찬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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