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 추천
각종 전자기기와 TV가 없었으면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요? 가끔은 휴대폰과 ott 서비스에 감사하곤 합니다. 게임이나 유튜브만 보는 아이들 관리가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같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해서 아이와 함께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극장보다는 집에서 떠들고 놀면서 보는 걸 좋아해서 주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영화 위주로 봤고요. 유난히 반응 좋았던 영화만 모아봤습니다. 우리 아이는 참고로 아들이라 초등 여학생과는 취향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 쥬라기 월드 시리즈
일단 시리즈를 공략하면 좋습니다. 다음 볼 영화 고민을 안 해도 되거든요. 해리포터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는 웬만한 초등학생이라면 다 섭렵했을 테니 유명한 두 영화 시리즈는 생략하겠습니다.
아이가 아는 주인공이 나올 경우 더 흥미가 생기므로 가장 먼저 고른 시리즈는 쥬라기 월드입니다. 저의 어벤저스 최애 스타로드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과 공룡의 만남이니 당연히 아이는 좋아했음은 물론이고요. 어벤저스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 남아에게 공룡이란 원래가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강함 + 강함 = 초등남아를 사로 잡음. 공식은 늘 성립하지요.
영화 시리즈에서 1편을 재밌게 봤다면 그 시리즈는 성공한 걸로 보면 됩니다. 그 뒤 시리즈는 알아서 먼저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하거든요. 보통은 엄마가 영화를 고르고 같이 보자고 설득을 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초등남아의 시간은 소중하므로 여간해선 영화를 보며 그 소중한 시간을 날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집 아이가 그러하지요.
쥬라기 월드는 3편까지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2. 쥬라기 공원 시리즈
쥬라기 공원을 다 봤다면 다음 공룡 시리즈를 보시면 됩니다. 고전은 영원한 법이니까요.
놀랍게도(진짜!!) 1993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CG를 자랑하는 쥬라기 공원입니다. 내용 또한 훌륭하고 긴장감과 긴박감 역시 장난 아닙니다. 당연하죠.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라고요. 어렸을 때 봤을 때는 동생이랑 소리 지르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 집 초딩은 초연하더군요. 확실히 21세기 초등 남아는 진화한 생물입니다.
쥬라기 공원 2에서는 아기공룡 다리 실금 간 거 치료해 주다 동료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아기 공룡이 납치된 줄 알고 화가 난 공룡부부가 도시를 박살 냅니다. 까치도 제비도 은혜를 갚는 우리나라 정서상 안 맞는 영화가 아닌가요? 그러거나 말거나 초등 남아는 강한 존재가 무언 가를 때려 부술 때 더 신이 나는 존재입니다.
쥬라기 공원 3에서는 주인공 부부의 마음에 감정이입 하면서 봤습니다. 지금 우리 집 초딩과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혼자 공룡섬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룡전문가 없이는 섬에 갈 수 없다니, 거짓말이든 협박이든 납치해서든 그 섬에 데리고 갔겠죠. 돈 없는 그랜트 박사는 1편에서도 그랬고 3편에서도 돈 때문에 다시 공룡섬에서 죽다 살아납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하기 싫은 일은 안 할 수 있다. 이번편의 교훈을 얘기해 줬더니 뭔 소리냐고 했습니다. 초등 남아의 현실 감각은 제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신과 함께 시리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집중 잘하면서 봤습니다. 지옥 관련 볼거리가 풍부했고 싸움신도 많아 좋아하더군요. 신파 부분에선 이미 2번이나 봐서 뻔히 내용을 아는데도 저만 우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왜 안 울어? 왜 안 슬퍼? 질문에 왜 울어? 왜 슬퍼?라고 답변했습니다. mbti가 T인 초등 남아의 감수성은 철벽이었습니다.
신과 함께 2편인 인과연은 차사들의 과거사가 어려웠는지 나중에 물어보니 꽤 많은 부분을 이해 못 한 듯했습니다. 염라대왕이 강림 차사의 아빠였다고 알려주니 놀라더라고요. 뭘 본 거니? 초등 남아의 이해력은 상상 이하였습니다.
터져볼래? 상큼하게~ 아저씨로 유명한 마동석 캐릭터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마초남이 어린이에게 먹히는 부분이 있더군요.
다음으로 쥬만지 시리즈를 보려고 했는데 ott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쿠팡플레이에 있던데 유료 서비스여서 포기했습니다.
아쉽네요. 지금부터는 시리즈물이 아닌 한 편짜리 영화들입니다.
4. 마션
화성탐사를 하다가 모래폭풍을 만나 홀로 화성에 버려진 맷 데이먼의 화성에서 살아남기입니다.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에게 추천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보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살아남기 시리즈의 만화책을 좋아하더니 영화도 그런 류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모래폭풍에 의해 날아온 파편에 맞아 생체신호가 끊어진 맷 데이먼을 동료들은 죽은 줄 알고 화성에서 철수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혼자 화성에서 파편에 맞은 상처를 치료하고 화성 토양에 인분을 섞어 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맷 데이먼.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사람 대부분은 기록하는 긍정주의자라고 합니다. 맷 데이먼도 딱 그런 성향의 사람이었죠. 기록을 한다는 것은 희망을 쓰는 거라고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역시나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맷 데이먼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안 동료들은 지구 귀환 하던 중에 목숨을 걸고 항로를 바꿔 화성에 혼자 남은 동료를 구하러 갑니다. 거기에는 지구의 모든 사람들의 기원과 나사 전 직원의 협조가 있었고요. 눈물 나는 동료애에 울컥해서 울다가 초등 남아의 놀림을 또 받고 말았습니다.
에휴. 이 감성 없는 녀석아.
5. 히든 피겨스
이 영화는 아이가 먼저 보자고 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학교에서 종종 영화 상영을 해주는데 이 영화를 조금 보여줬나 봐요. 나머지가 궁금해진 아이가 같이 보자고 하더군요. 나사에서 일한 아프리카계 천재 여성의 이야기인데 실화라고 합니다. 1960년대가 당시 공공연한 인종차별이 행해지던 시대입니다. 버스 자리도 백인이 타면 흑인이 양보해야 하고 같은 회사를 다녀도 흑인들 화장실은 따로 써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인종차별만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남녀차별조차 뚜렷한 시대입니다. 그러니 흑인에 여성인 이 세 주인공들의 차별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이나 가겠습니까. 주인공들이 차별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결국엔 성공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줍니다. 아이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감동받고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소개해봅니다.
6. 라이프 오브 파이
이 영화도 동명의 책을 먼저 읽고 재밌어서 아이에게 추천한 영화입니다. 일단 호랑이가 나온다고 하니 보겠다고 하더군요. 인도소년이 200여 일간 호랑이와 단 둘이 바다를 표류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동물원에서 키우던 호랑이지만 야생성이 남아있고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호랑이와 좁은 배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아이가 무척 궁금해했습니다. 호랑이가 CG임을 아는데도 매우 사실적이어서 영화 몰입에 전혀 거부감이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환상적인 밤바다와 몽환적인 연출에 감탄하다가 나중에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못 본 것이 원통하게 느껴질 정도의 영상미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파이의 이야기는 아이가 무슨 말이냐고 되묻더군요. 설명해 주고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호랑이라고. ㅎㅎㅎ 저도 호랑이 이야기로 믿고 싶습니다. 인간들과 표류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주인공 파이가 너무 가엽잖아요.
본 영화는 더 많지만 추천할 만한 영화만 골라봤습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니고 영화 본 순서입니다.
다음에는 아이가 재밌어한 애니메이션 추천도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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