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장편소설
저는 영화는 잘 보지 않습니다만 넷플릭스는 매일 들어가 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제일 많이 보실 것 같아요. 영화가 너무 많으니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아서 더 안 봐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영화가 새로 올라왔더라고요.
어. 이 책 나 있는데. 심지어 2020년에 선물받은 책으로 요즘 영화 포스터로 리뉴얼되기 전의 책입니다. 책장에 꽂혀만 있다가 넷플릭스 덕분에 꺼내 들어 3년 만에 읽게 된 책입니다.
도서관책이 반납기한이 있어서 주로 도서관 대여책을 먼저 읽다보니 소장 책은 자꾸 뒤로 미뤄지더라고요. 안 읽은 소장책만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밀리의 서재까지 읽다보니 소장 종이책은 더더욱 뒤로 밀리게 되더군요.
어쨌든 넷플릭스 덕분에 읽게 된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주)살림출판사 / 2019
p.460
외로운 습지 소녀 카야
습지의 판잣집에 사는 카야는 다섯 아이 중 막내였습니다. 바로 손위 오빠인 조디하고는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났죠.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먼저 집을 떠나고, 오빠 둘과 언니 둘까지 차례차례 떠나버립니다. 어린 카야는 언니 오빠들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아버지와 사는 법을 익힙니다. 앞길 막지 말기, 눈에 띄지 않기, 도망쳐 숨기, 아버지가 깨기 전에 집을 나가있다 살금살금 들어와 잠자기. 어린 카야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했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외로움을 홀로 견디며 자라야 했습니다.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책은 과거와 현재를 한 챕터씩 오가면서 진행됩니다. 현재는 1969년 10월 30일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소방망루에서 발견되고 수사가 시작되는 이야기. 과거는 1952년부터 어린 카야가 점점 자라는 과정을 보여주다 2009년 카야의 장례식까지 진행됩니다. 460쪽의 제법 두께가 있는 이 책 속에는 어린 소녀의 성장기와 러브 스토리 및 미스터리 살인사건, 법정 스릴러까지 모두 보여줍니다. 조용하고 온화한 자연의 서정적인 이야기와 흥미진진한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고립과 자연 그리고 시
결국엔 아버지도 어딘가로 떠나고 카야는 홀로 자랐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 준 첫사랑 테이트마저 대학교가 있는 도시로 떠나자 카야는 더욱더 철저히 고립되어 버립니다. 보트의 연료를 넣기 위해 홍합을 따서 점핑에게 파는 일 외에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카야의 세계는 늪지가 전부였고 새의 깃털과 희귀한 조개를 수집하는 일만을 벗 삼아 살아갑니다.
외로움은 점점 커져 카야가 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미 카야는 19세의 눈부신 아름다운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결말과 반전은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하지요. 다만 카야가 살던 습지와 자연의 묘사가 매우 웅장하고 감동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결말과 반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요. 초등학교를 겨우 하루 다녀본 카야가 늪지 전문가가 되어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은 기특하기도 하고 응원도 하게 됩니다. 카야의 자연친화적인 삶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요. 벌레 때문에 저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카야는 인간사회를 두려워했지만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인간세계에 대한 소속감과 갈망은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카야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함축적인 의미를 가득 담은 시를 매일 읽고 쓰고 외우면서요. 그녀의 마지막 시에 책의 모든 물음표들이 느낌표가 됩니다.
저는 대체로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긴 호흡으로 느리게 읽게 되더라고요. 3월 1일에 읽기 시작해서 9일이나 걸렸으니까요. 책을 선물 받은 해로부터 따지면 3년 하고 9일이나 걸린 셈입니다. 엄청 오래 읽었네요. 엄청 오래 읽은 만큼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영화가 평점도 높고 호평도 많아서 영화도 시간 되면 봐야겠습니다. 책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또 쏠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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